대담 : 마주 대하고 말함 - 영화 '色, 戒(색, 계)'를 보고 본문
##첫번째 대담
#1
어떤 내적동기일까.
연극단원에서 막부인이 되기까지 '왕치아즈'의 결정에 담긴 가치는 무엇일까.
항일이라는 국가 이데올로기라고 하기엔 그 농도가 옅다.
적어도 국가적 사명감을 갖고 있는 '광위민' 정도여야 이해되는 행동이다.
그럼 몸과 마음을 내던질만한 '왕치아즈'의 강력한 동기는 무엇일까.
#2
울고 있을 줄 알았다.
강간과 같은 잠자리가 끝난후 침대에 혼자 내팽개쳐져있다.
가까이가며 얼굴을 비춘다.
피식 웃는다.
뭐지?
#3
웃고 있을 줄 알았다.
잠자리의 대상은 더이상 괴물의 눈을 하고 있는 ‘이선생‘이 아니다.
신뢰를 얻었다는 근거이기도 하다.
임무 완수다.
그런데 절정의 순간에 흐느끼며 운다.
왜지?
##두번째 대담
#1
아버지의 보살핌에 대한 결핍이다.
아버지의 부름을 기다리는 불안이다.
피난을 갈때, 연극 단원일 때, 막부인일 때, 시간과 처지에 변함이 없다.
그러므로 결핍과 불안은 ‘왕치아즈’의 결정들을 꿰는 내적동기임이 분명하다.
#2
침대 위, 그 웃음의 의미는 안도감이다.
외부인이 집단의 일원이 되는 필요조건은 주어진 역할을 완수하는 것이다.
그래야 집단 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.
보살핌 받을 수 있다.
웃었다는 건 '왕치아즈'가 그걸 아는 인물이라는 방증이다.
그걸 해냈다는 확신이다.
#3
절정의 순간에 흐느끼는 눈물의 의미는 혼란이다.
이제는 ‘이선생’을 사랑하는 마음이 외면할 수 없을만큼 커졌다.
마음의 크기가 어느정도인지, 제동이 가능한지.
그렇다면 지금의 잠자리는 임무의 과정인지, 사랑의 과정인지.
그 혼란 속에서 다시금 느끼는 불안이다.
##마지막 대담
국가를 위해서도, 지위를 위해서도, 복수를 위해서도 아니었다.
오로지 자신의 결핍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.
그러므로 '왕치아즈'만이 자신을 위해서 헌신한 유일한 인물이다.
마지막 홀로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던 건 자신의 내적동기로부터 자유로워 졌기 때문일 것이다.
하지만 그 자유가 헌신의 결실인지 죽기 전 체념인지, 남아있는 물음이다.
아직 '왕치아즈'와의 대담이 남은 듯 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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